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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여름 극장가…대작 혈투 대신 체급 낮은 영화들 경쟁
기사입력  2024/06/20 [08:00]   연합뉴스


작년 대작들 참패 영향…'여름엔 텐트폴' 흥행 공식도 깨져
남성 '투 톱' 주연이 대부분…'데드풀' '에이리언' 신작도 상륙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올여름 극장가에서 흥행 경쟁을 벌일 한국 영화들의 라인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배급사의 이른바 '텐트폴' 대작 몇 편이 링에 올라 승부를 겨루던 예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 여러 편이 경합하는 양상이다.

◇ 제작비 100억원 못 미치는 영화가 다수
20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여름 성수기(7월 중순∼8월 중순)를 노리고 개봉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제작비 100억원이 넘는 작품은 21일 개봉하는 '하이재킹'과 다음 달 12일 개봉 예정인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8월 중 극장에 걸릴 '행복의 나라' 등 세 편이다.
'하이재킹'은 제작비가 140억원, '탈출'은 185억원으로 추산된다. '행복의 나라'는 100억원을 살짝 웃도는 규모다.
나머지는 100억원을 넘지 않는 영화들이다. 이달 26일 개봉 예정인 '핸섬가이즈'는 49억원,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탈주'는 80억원이다.
같은 달 31일 극장에 걸리는 '파일럿'도 정확한 제작비는 추산되지 않았지만, 100억원 미만이라는 게 배급사 측 설명이다. 성수기 끝자락인 8월 14일 개봉하는 '빅토리'도 83억원이다.

예년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라인업이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를 노리고 개봉한 한국 영화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네 편은 모두 제작비가 100억원을 훌쩍 넘은 대작들이다.
적게는 175억원('밀수')에서 많게는 280억원('더 문')에 이른다. 그만큼 화려한 배우진,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환상적인 영상, 해외 로케이션으로 구현한 이국적 풍광 등으로 무장했다.
올여름 극장가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건 지난해 여름 대작들이 줄줄이 쓴맛을 본 것과 무관치 않다.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만한 작품은 '밀수'뿐이었고,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다 비수기인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각각 개봉한 '서울의 봄'과 '파묘'가 천만 영화에 오르면서 더는 과거의 흥행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배급사 관계자는 "제작비가 많이 든 대작이라는 이유로 관객을 끌어들이던 시절은 지나갔다"며 "성수기에 연연하지 않고 영화별 특징과 딱 맞아떨어지는 시점에 개봉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대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남성 '투 톱' 주연이 대부분…'빅토리'는 혜리가 주인공
올여름 개봉하는 영화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김성한 감독이 연출한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을 영화적 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실화의 긴박감을 살리면서 신파적 요소를 절제한 연출에 배우 하정우와 여진구의 연기 호흡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태곤 감독의 '탈출'과 추창민 감독의 '행복의 나라'는 고(故)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탈출'은 공항으로 향하는 대교에서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이고, '행복의 나라'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와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은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에 오컬트를 결합한 '핸섬가이즈'는 악령이 깃든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두 남성이 겪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고, '파일럿'은 일자리를 잃은 남성이 여동생으로 신분 세탁을 거쳐 재취업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행복의 나라'에서 주연한 조정석이 '파일럿'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이종필 감독의 '탈주'는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귀순하려는 북한 군인과 그를 뒤쫓는 장교의 추격전을 속도감 있게 그린 영화다.
'하이재킹', '탈주', '핸섬가이즈' 등에서 보듯 남성 배우를 투 톱으로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 점에서 여성 배우가 주인공인 '빅토리'가 눈에 띈다. 세기말인 1999년을 배경으로 치어리더 동아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그룹 걸스데이 출신 혜리가 주연을 맡았다.
'탈출'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제작돼 개봉 시점을 못 잡다가 뒤늦게 극장에 걸리는 작품들도 있다.
2021년 2월 촬영을 마친 '탈출'은 개봉에 3년 넘게 걸렸다. '핸섬가이즈'도 2020년 12월 촬영을 끝냈지만,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 '데드풀'과 '에이리언' 시리즈 신작도 상륙
올여름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데드풀과 울버린'과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꼽을 만하다.
마블 스튜디오 신작 '데드풀과 울버린'은 다음 달 24일 개봉한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주연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은 개봉을 앞두고 다음 달 4일 한국을 찾아 흥행을 위한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
8월 중 개봉 예정인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SF 공포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신작이다. '에이리언'의 창시자로 불리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데드풀과 울버린'과 같은 날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4'의 흥행 잠재력도 만만치 않다. 전편인 '슈퍼배드 3'는 국내에서 332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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